야구 지표 해설 4: 변화구는 무엇으로 타자를 속일까
2026년 KBO 투구의 45.4%가 슬라이더, 포크, 체인지업, 커브, 스위퍼였다.
올해 KBO 투구 열 개 중 네 개는 포심이었다(전체 투구의 39.9%). 나머지 대부분은 슬라이더, 포크, 체인지업, 커브, 스위퍼다. 이 다섯 구종을 합치면 전체 투구의 45.4%다. 같은 이름이어도 투수마다 그립과 궤적이 다르다. 그래서 중계 화면에 뜨는 구종 이름만으로는 어떤 공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름은 많아도 변화구가 타자를 속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구보다 느리게 와서 타이밍을 뺏거나, 직구와 다르게 움직여서 배트 중심을 피한다. 앞쪽을 오프스피드, 뒤쪽을 브레이킹볼이라고 부른다.
오프스피드는 느림으로, 브레이킹볼은 움직임으로 속인다
오프스피드는 직구와 같은 팔 스윙으로 던지는데 공만 느리게 온다. 타자는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내다가 공이 늦게 들어와 헛스윙하거나 앞에서 걸린다. 체인지업이 대표 구종이다. MLB 공식 분류는 체인지업, 스플리터, 포크볼을 오프스피드로 묶는다.
브레이킹볼은 회전으로 공을 휘거나 떨어뜨린다. 직구처럼 오던 공이 옆으로 빠지거나 아래로 가라앉아 배트가 공 위나 옆을 지나간다.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가 여기 들어간다.
두 성격이 칼같이 갈리지는 않는다. 브레이킹볼도 직구보다 느리고 오프스피드도 조금은 움직인다. 변화구 대부분은 브레이킹볼 성격과 오프스피드 성격이 섞여 있고 두 성격 중 어느 쪽이 주력 무기인지로 나눈다고 보면 된다.
커터와 투심 같은 변형직구는 이 두 갈래에 들지 않는다. 직구를 조금 비튼 공이라 MLB도 포심과 함께 패스트볼로 분류한다. 변형직구는 이 시리즈 3편에서 따로 다뤘다. 다만 커터는 슬라이더와 경계가 흐리다. 느리고 많이 휘는 커터는 작은 슬라이더처럼 보이기도 한다.
투수 본인 직구와 비교하면
같은 체인지업이라도 직구가 150km/h인 투수와 140km/h인 투수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올해 그 구종을 200구 이상 던진 투수의 공을 같은 투수의 포심과 비교했다.
| 2026 | 갈래 | 구속 차 | 좌우로 더 휜 정도 | 더 떨어진 정도 |
|---|---|---|---|---|
| 체인지업 | 오프스피드 | 14.8 | 몸쪽 7.5 | 18.6 |
| 포크 | 오프스피드 | 12.9 | 몸쪽 1.9 | 27.8 |
| 슬라이더 | 브레이킹볼 | 12.9 | 바깥쪽 27.0 | 32.7 |
| 스위퍼 | 브레이킹볼 | 17.7 | 바깥쪽 53.1 | 30.7 |
| 커브 | 브레이킹볼 | 24.2 | 바깥쪽 43.9 | 66.7 |
구속 차는 km/h, 움직임은 cm. 모두 같은 투수의 포심과 비교한 값을 투구 수로 가중 평균했다(그 구종 200구 이상, 포심 100구 이상 던진 투수. 체인지업 29명, 포크 28명, 슬라이더 64명, 스위퍼 17명, 커브 20명). 몸쪽·바깥쪽은 같은 손 타자 기준이다(우투수라면 우타자, 좌투수라면 좌타자). 더 떨어진 정도는 회전 때문에 떠오르는 힘을 포심보다 얼마나 덜 받았는지로, 클수록 포심보다 아래로 떨어진다. 회색이 진할수록 그 열에서 값이 크다.
체인지업은 본인 포심보다 14.8km/h 느리고 18.6cm 더 떨어진다. 좌우로는 같은 손 타자 몸쪽으로 7.5cm 더 휜다. 움직임 차이가 다섯 구종 중 가장 작다. 구속 차로 승부하는 오프스피드 그대로다.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같은 손 타자 바깥쪽으로 휜다. 슬라이더는 본인 포심보다 12.9km/h 느려 구속 차가 체인지업보다 작은데 바깥쪽으로 27.0cm 휘고 32.7cm 더 떨어진다. 스위퍼는 이름처럼 옆으로 쓸고 지나가는 공이다. 바깥쪽으로 53.1cm, 슬라이더의 두 배 가까이 휜다.
커브는 두 성격을 다 가졌다. 본인 포심보다 24.2km/h 느려 구속 차가 가장 크고 66.7cm 더 떨어져 움직임도 가장 크다. 분류는 브레이킹볼이지만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뺏는 오프스피드 역할도 한다.
포크는 오프스피드로 분류되지만 낙차도 크다
MLB 공식 분류에서 스플리터와 포크볼은 체인지업과 같은 오프스피드다. KBO 투구 데이터는 스플리터와 포크볼을 나누지 않고 모두 포크로 기록한다.
그러나 숫자로 보면 포크의 무기는 구속 차보다 낙차다. 포크는 본인 포심보다 12.9km/h 느려 체인지업(14.8km/h)보다 구속 차가 작다. 대신 27.8cm 더 떨어져 체인지업(18.6cm)보다 9.2cm 더 가라앉는다. 좌우로는 1.9cm만 움직여 직구와 거의 같은 길로 온다. 슬라이더도 본인 포심보다 32.7cm 더 떨어지지만 바깥쪽으로 27.0cm 함께 휜다. 포크는 옆으로 거의 휘지 않고 아래로만 떨어진다. 공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깊이 끼워 회전을 줄인다. 그래서 직구처럼 떠오르는 힘을 받지 못하고 타자 앞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롯데 팬에게 포크는 익숙한 공이다. 올해 롯데 투구의 12.3%가 포크였다. NC 13.4% 다음으로 높고 리그 평균 8.4%보다 높다. 나균안은 던진 공의 31.3%가 포크였다.
포크도 직구보다 느린 만큼 오프스피드 성격이 있다. 다만 필자는 포크가 체인지업처럼 구속 차로 속이는 공이라기보다 떨어지는 움직임으로 헛스윙을 끌어내는, 브레이킹볼에 가까운 목적으로 던지는 공이라고 생각한다.
오프스피드는 반대 손 타자에게, 브레이킹볼은 같은 손 타자에게
두 갈래는 쓰임새도 다르다. 올해 오프스피드는 75.5%를 반대 손 타자에게 던졌다. 우투수라면 좌타자, 좌투수라면 우타자다. 브레이킹볼은 반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이 39.1%로, 나머지 60.9%를 같은 손 타자에게 던졌다. 포심은 53.9%로 반반에 가깝다.
| 오프스피드 | 같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 | 반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 | 같은 손 타자 피OPS | 반대 손 타자 피OPS |
|---|---|---|---|---|
| 합계 | 24.5% | 75.5% | .631 | .649 |
| 체인지업 | 22.4% | 77.6% | .637 | .661 |
| 포크 | 26.6% | 73.4% | .627 | .637 |
| 브레이킹볼 | 같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 | 반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 | 같은 손 타자 피OPS | 반대 손 타자 피OPS |
|---|---|---|---|---|
| 합계 | 60.9% | 39.1% | .667 | .706 |
| 슬라이더 | 65.5% | 34.5% | .688 | .769 |
| 스위퍼 | 62.3% | 37.7% | .544 | .696 |
| 커브 | 49.7% | 50.3% | .707 | .606 |
던진 비율은 그 구종 전체 투구 중 비율, 피OPS는 그 구종으로 끝난 타석 기준. 같은 손 = 우투수 대 우타자, 좌투수 대 좌타자. 파란 칸은 변화구 다섯 구종 합계(같은 손 타자 .660, 반대 손 타자 .674)보다 피OPS가 낮은 칸, 붉은 칸은 높은 칸이고 차이가 클수록 진하다. 포심은 같은 손 타자에게 46.1%를 던졌고 피OPS는 같은 손 타자 상대 .812, 반대 손 타자 상대 .854다.
공이 휘는 방향을 보면 이 차이를 알 수 있다.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같은 손 타자 바깥쪽으로 휜다. 체인지업은 같은 손 타자 몸쪽으로 휘니 반대 손 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공이 된다. 실제로 슬라이더 피OPS는 같은 손 타자 상대 .688, 반대 손 타자 상대 .769로 차이가 컸고 스위퍼는 같은 손 타자 상대 .544, 반대 손 타자 상대 .696으로 더 컸다. 오프스피드는 같은 손 타자 상대 피OPS .631, 반대 손 타자 상대 .649로 차이가 작다.
커브는 예외다. 반대 손 타자에게 던진 비율이 50.3%로 반반이고 피OPS는 오히려 반대 손 타자 상대 .606이 같은 손 타자 상대 .707보다 낮다. 앞에서 본 커브의 오프스피드 성격과 같은 방향의 숫자다.
2026년 구종별 플러스 피치
플러스 피치는 리그 평균보다 뛰어난 구종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구종가치로 골랐다. 구종가치는 공 하나가 볼카운트와 결과를 투수 쪽으로 얼마나 기울였는지 점수로 매긴 값이다.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아웃을 만들면 +, 볼을 던지거나 안타를 맞으면 −가 붙고 이 점수를 구종별로 더한다.
아래는 올해 그 구종을 30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구종가치 합계가 가장 높은 두 명씩이다.
| 구종 | 투수 | 구사율 | 구종가치 합계 | 헛스윙률 | 피OPS |
|---|---|---|---|---|---|
| 체인지업 | 임찬규 (LG) | 31.7% | +14.4 | 24.0% | .551 |
| 류현진 (한화) | 24.5% | +12.8 | 31.9% | .552 | |
| 포크 | 알칸타라 (키움) | 37.1% | +17.4 | 33.9% | .510 |
| 나균안 (롯데) | 31.3% | +12.2 | 29.3% | .566 | |
| 슬라이더 | 이영하 (두산) | 48.1% | +15.4 | 51.1% | .449 |
| 라일리 (NC) | 24.7% | +12.4 | 36.3% | .577 | |
| 스위퍼 | 네일 (KIA) | 30.8% | +17.0 | 29.4% | .538 |
| 로드리게스 (롯데) | 21.0% | +10.8 | 44.5% | .431 | |
| 커브 | 라일리 (NC) | 17.1% | +11.3 | 36.9% | .327 |
| 안우진 (키움) | 19.1% | +9.1 | 32.9% | .292 |
피OPS는 그 구종으로 끝난 타석 기준. 파란 칸은 그 구종 리그 평균보다 투수에게 좋은 쪽(헛스윙률은 높고 피OPS는 낮음), 붉은 칸은 반대다. 리그 평균 헛스윙률과 피OPS는 체인지업 30.7%, .656 / 포크 30.9%, .634 / 슬라이더 29.9%, .715 / 스위퍼 31.4%, .600 / 커브 26.6%, .659. 구사율 = 그 투수가 던진 공 중 그 구종 비율.
체인지업은 LG 임찬규의 구종가치 합계가 +14.4로 가장 높았다. 한화 류현진은 체인지업 헛스윙률이 31.9%로 임찬규 24.0%보다 높다.
포크는 키움 알칸타라가 +17.4로 이 표에서 가장 높다. 롯데 나균안이 +12.2로 뒤를 잇는다.
슬라이더는 두산 이영하가 +15.4다. 던진 공의 48.1%가 슬라이더였고 슬라이더 헛스윙률이 51.1%로 스윙 두 번 중 한 번은 헛스윙이었다. 스위퍼는 KIA 네일(+17.0)과 롯데 로드리게스(+10.8)다. 로드리게스의 스위퍼 헛스윙률은 44.5%로 리그 스위퍼 평균 31.4%보다 높다.
커브는 NC 라일리와 키움 안우진이다. 커브로 끝난 타석의 삼진 비율이 라일리 53.1%, 안우진 55.0%로 둘 다 절반을 넘는다. 라일리는 슬라이더도 구종가치 합계 2위다.
구종 이름은 투수마다 경계가 흐리다. 같은 포크라도 누구는 빠르게 떨어뜨리고 누구는 느리게 떨어뜨린다. 공을 같은 이름끼리 묶어 보는 것이 야구 이해에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같은 구종이라도 이 투수는 오프스피드 목적으로 던지는지, 브레이킹볼 목적으로 던지는지 살펴보면 야구를 보는 재미가 한층 늘어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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